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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성록 │'꿰매기'의 어법(語法)과 표현력(表現力)
1988
Sung-Rok Suh │ The Grammar and Expression of "Sewing" - On the first solo exhibition of work by Kimsooja
서성록(미술 평론가)
1988
작가마다는 자신의 독특한 언어가 있다. 그 언어로 작가는 말하고 의사를 전달하며 이것에 의해 작품세계가 특징지어지기도 한다. 칸 딘스키에게는 '뿌리기'가 있었다면 뉴만에게는 '긋기'가 있었고 폴 록에게는 '홀리기'가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들의 언어는 창 작을 꾸며나가는 수단이 되고 때로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및 그 '색깔'에 의해 작가는 '그려가는 바'와 '의도하는 바'를 표출해왔던 것이다.
김수자의 언어는 이런 측면에서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어떤 동기와 정당성 및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필자의 관심은 이런 부위에 머물게 된다.
김수자의 표현언어는 두말할 나위없이 '꿰매기' 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할머니, 또 그녀의 모친에게서 물려받거나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각종 천조각들, 이를테면 양단 · 색동 · 삼베 ·비단· 갑사 등을 모아 조형화시키는 데 성공한 경우에 속한다. 일차로 자신의 손에 각종 천이 들어오면, 그것들은 잇고 찢고 누비고 접고 꿰매져서 한덩어리의 세계를 형성시킴을 볼 수 있다. 흡사 '누더기'를 연상시킬 만큼 천은 덕지덕지 붙어있으면서도 곰곰이 뜯어보면 그 나름대로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알록달록한 색깔에 꽃 무늬나 기하학적 모양이 새겨진 것, 어슴프레하거나 어둠침침한 색 깔에 약간의 구김이 가해진 것, 평범한 천조각에 드로잉을 새겨넣은 것 등. 이같은 천들은 '이음'을 통해 평면으로 펼쳐지고 봉합을 통해 엮어짐으로써 한편의 구조적 스토리를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표정을 가진 한조각 한조각의 천의 '이음' 또는 '꿰매기'를 통해 또하나의 색다른 물질적 짜임새가 연출하는 일루젼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일루젼을 환기시키는 것일까? 작가의 말을 빌면, 그것은 '묻어두었던 숱한 기억들과 아픔, 애정' 그리고 이를 통한 '원형적인 것에 대한 애착과 향수'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의 패치 워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루젼의 성격과 아울러, 작품 전체에서 빚어지는 정신적 위상 및 그 실체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야기되는 관계항으로 집약된다. 작가는 꿰매는 일상적인 행위속에서 '나의 사고와 감수성과 행위 모두가 일치하는, 은밀하고도 놀라운 일체감을 체험했다'고 말하면서 '천과의 자기동일성'을 획득 했다는 사적인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러한 독특한 경험을 밑바탕에 깔면서 작품은 존재의 원형적 질서를 나타내는 수평, 수직의 기본적 형태구조에 집착하게 된다. 수평 및 수직의 형태를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본질적', '보편적' 틀로 인정, 여기서 또하나의 주 · 객체의 자기동일성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행위와 사고의 일체감' '자연과 인간의 동일성'에 이르는, 또 그것을 발견하는 조형방식은 물론 '꿰매기'라는 자신의 특별한 행위를 부 가함으로서 이다. 도식적으로 말하면 '꿰매기'라는 몸짓은 주. 객의 동일성을 연결하고 때로는 자아내는 매개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김수자의 꿰매기의 속성 및 그것을 지배하는 근거에 대하여 언급하였으므로 남은 문제는 작품 자체의 표현적 특질을 설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작품의 대체적 느낌은 작가의 대상에 대한 시각을 나타내듯 침침하고 어둑어둑하며 우리를 어둠에 가두어 두려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작가의 말처럼 '어린 시절 산촌에 살면서 느껴왔던 위압감과 가로막힘 그리고 삶의 무게'를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인상의 유래야 어떻든, 씨의 작품은 약간의 색깔의 금욕주의, 형태의 환원성, 표현 자체의 내재성, 마지막으로 평면의 구조성을 띠고 이같은 요 소들은 근자에 와서 '표현의 확장과 곁들여 점차 무너져가고 또 어떤 것들은 더욱 견고하게 구축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수되고 있는 방법, 그것은 작가 자신이 여러 천조각의 잇기 및 꿰매기를 통하여 삶을 다스리고 그 가운데 존재에 대한 관계성을 묻고 파악하려는 탐구적 자세라 할 수 있다. 계속되는 꿰매기의 몸짓속에서 평면의 깊이를 재고 그렇게 함으로써 삶의 이모저모를 다른 세계의 것들과 견주어 추적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 「'꿰매기'의 어법과 표현력」, 갤러리현대 『Kim, Soo-Ja』 개인전 도록 수록 글, pp.2-3.
Sung-Rok Suh (Art Critic)
1988
Every artist has his (or her) own distinctive idiom. An artist expresses and communicates by the idiom, and his (or her) artistic realm is characterized by it. For example, it was "Spraying" for Wassily Kandinsky, "Vertical bands of color" for Barnett Newman, and "Dripping" for Jackson Pollock. This idiom becomes a device for work production and at times becomes a goal in itself. Artists have manifested creative processes and intentions through these idioms within their own schematic use of color.
From this perspective, what then is Kimsooja's idiom? If she has her own idiom, what are her motives, justifications, and intentions? My interest lies in these issues.
Clearly, Kimsooja’s idiomatic expression is "Sewing". She gathers a variety of cherished cloths, some of them inherited from her mother and grandmother, such as satins, linens, color-striped silks, and fine silk gossamers, and then successfully incorporates them into an artistic composition. Once a variety of cloth pieces are in her hands, they are joined, torn, quilted, folded, and stitched into a work of art.
At a glance, the jointed cloths seem like heavily patched up rags. Looking closely, however, one notices each has its own unique character: floral and or geometric patterns on multicolored cloths, slight crumples on obscure and gloomily colored cloths, drawings on plain cloths, etc. These cloths, spread out and woven together in joints and seams, assume a structural narrative. In other words, individual cloths which have distinct expressions of their own create illusions within a new material structure. What kind of illusions do they evoke? According to Kimsooja, they are about nostalgia resulting from the numerous pains, affections, and emotional attachments long buried within the primordial memory.
Accompanying the illusions produced by the patchwork is a spiritual facet and origin focused on human relationships. Kimsooja reveals her personal experience in the mundane gesture of sewing. She feels a certain intimacy and an amazing oneness in which her thoughts, sensitivity and gesture are all fused, thus empathizing with the cloth itself.
With this unique experience as a foundation, the artist concentrates on the basic pattern of using horizontals and verticals to symbolize the primordial order of existence. She acknowledges the horizontal and vertical structure as an essential and universal framework in which nature and man meet. She tries to induce another state, by fusing both subject and object. Of course the artistic process leading to the oneness of bodily gesture and thought the infusion of nature and man is, in her case, the gesture of "Sewing". Graphically, the gesture of sewing exists as a medium which connects the subject and the object, at times inducing an empathy between the two.
Having already mentioned the unique attributes of Kimsooja’s "Sewing" and its underlying logic, I will explain the characteristic appearance of her work. Overall, her works yield dim and obscure impressions, revealing her own personal view of the object, as if the works intend to envelope the viewer in darkness. They overwhelm and block the viewer, reflecting the artist’s experience as a child living in a mountain village, while at the same time, expressing the weight of everyday life. Whatever the origin of such impressions may be, in her works we observe the suppression of bright colors, the regression of form, self-containment and two-dimensional construction. In her recent works, along with the expansion of an expressive vocabulary, elements gradually collapse while others are firmly established. Consistently manifested, however, is the artist's quest for the control of life and her search for a relationship between existences through the joining and sewing of cloths. Through the gesture of sewing, Kimsooja continuously measures the depths of planarity, while at the same time artistically exploring other aspects of the world she lives in.
─ Essay for the Catalogue, Solo show 'Kim, Soo-Ja' at Gallery Hyundai. Seoul, Korea,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