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Soyeon Ahn │ Contemplation on the Origin of Life

2010

안소연 │ 삶의 근원에 대한 사유

2010

Oliva María Rubio │ Tierra - Agua - Fuego - Aire / Earth - Water - Fire - Air

2010

올리바 마리아 루비오 │ 지 . 수 . 화 . 풍

2010

Choi Eunju │ Breakwater Turns into Kimsooja’s Needle

2010

최은주 │ 영광원전 방류제, 김수자의 바늘이 되다

2010

Sungwon Kim │ About nothingness: being nothing and making nothing

2010

김성원 │ About nothingness: being nothing and making nothing Copy

Contemplation on the Origin of Life

Soyeon Ahn

2010

[Note]
[1] The Korean word for a “bundle (of belongings).”
[2] In Korea, the duvet cover was sewed onto the actual mattress as bed-frames.

  • — This article was published for a review of Kimsooja’s solo exhibition at Atelier Hermes in Seoul in Wolganmisul Magazine of Feb., 2010. Translated by Kate YK Lim (Arte en Fide Representative)

삶의 근원에 대한 사유

안소연 (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 학예실장)

2010

  • 문명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광들. 물과 불과 공기가 어우러진 화산의 지층들. 그들은 자연의 태초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수억 년의 세월을 견딘 노쇠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우리가 그 자연의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까닭은 그들이 정지한 풍경으로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유동하고 새롭게 생성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감각으로 지각되는 세계, 그러면서도 그 너머의 신비의 세계와 맞닿아 있는 자연의 풍경에서 작가는 ‘흙, 물, 불, 공기: Earth-Water-Fire-Air’란 사원소의 의미를 되새긴다.

  • 2000년 로댕갤러리 전시 이후 첫 귀국전으로 마련된 김수자의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 동안 그가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진행해온 여러 프로젝트들의 가장 근원적인 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보따리 작가’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화려한 원색의 이불천도 군중들도 그리고 자아의 소실점이라 할 그 자신의 뒷모습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생경하기만 한 꿈틀대는 자연 풍경만이 제시될 뿐이다. 도시적 삶과 파편화된 자아들, 그들의 사회적 관계와 모순들에 전념하는 현대미술의 지평에서 원시의 자연에 주목하는 일, 더 나아가 그 자연의 구성 원소들을 상기시키겠다는 발상은 현대미술의 문맥에서 한참 동떨어진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동시대인의 삶의 양상에 주목하고 그에 대해 깊은 연민의 시선을 보내온 작가는 우리들 일상의 반대편에 놓인 자연의 구성 원소로써 우리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가 처음 바느질을 경험한 사적인 순간과 자연의 흙, 물, 불, 바람의 원소는 이미 맞닿아 있었다고 해야 할 만큼 김수자의 작품세계는 삶으로부터 자연에 이르는 일관된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

  •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던 김수자는 1983년 어느날 어머니와 함께 이불보를 꿰매던 일상 속에서 우연히 경험한 매우 특별한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바늘이 천에 꽂히는 순간 바늘 끝을 통해 자신의 온 몸을 관통하던 어떤 에너지를 체감한 것이 바로 그것인데, 바늘과의 극적인 조우라 할 수 있는 이 경험을 계기로 캔버스의 평면에 대한 오랜 질문으로부터 세계의 깊이와 구조, 그 이면의 공허를 향해 나아가는 해답을 찾게 된다. 초기의 천과 바느질 작업이 수평의 평면에 물리적으로 관통하는 수직의 세계를 제시했다면<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그가 걷거나<바느질하여 걷기(Sew
    ing into Walking)> 세계 각도시의 군중 속에서 움직임 없이 서있는 작업<바늘 여인(A Needle Woman)>, 뒤돌아서서 자연과 마주한 작업<빨래하는 여인(A Laundry Woman)>에서는 상징적인 바느질 행위를 통해 현실과 그 이면을 시각적으로 꿰뚫어 보고자 했다. 스스로를 바늘로 상정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를 매개하는 행위를 하면서 작가는 스스로의 몸이 ‘소실점’이 된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 말은 천의 표면 뒤로 사라지는 바늘의 끝처럼 관계와 소통의 매개체로서 사람과 자연 속으로 사라지는 자아를, 관객으로 하여금 뒤돌아 선 작가의 몸을 통해 그 앞에 마주한 광경을 경험하게 하는 ‘타인의 아바타’로서의 자아 소멸을 의미한다. 자아의 소멸을 통한 타자와의 일체화는 바늘만큼이나 의미심장한 ‘거울’을 통해 더욱 본격화된다. 바늘이 관계성과 치유에 의미를 두면서 인간적 삶의 구조를 더 직접적인 다루었다면 거울은 ‘반영’이란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적 삶으로부터 그에 상반된 요소인 자연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한다. 김수자가 거울을 최초로 사용한 것은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장의 막다른 벽면에 다다른 보따리 트럭 앞에 전면 거울을 설치함으로써 트럭이 전진할 가상의 도로를 확장하고 후면의 아르세날레 공간 전체를 감싸 안는 시도를 한 작품에서다. 이후 2002년부터 <거울 여인 (A Mirror Woman)> 시리즈를 전개하면서 그는 모든 사물을 비출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은 비출 수 없는 비존재(Non-Being)의 오브제인 거울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된다. 작품으로부터 자신의 수행적 이미지를 제거한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이며 대신 작품의 내부에 관객이 휴식하고 명상할 수 있는 장소특정적 건축 공간을 구성하게 된다. 또한 바늘이나 보따리에서 다루었던 이중성의 화합은 상반된 것을 드러내는 상징적 거울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사유된다. 거기에는 자아와 타자, 남성과 여성, 감싸기와 펼침의 세계는 물론 실재와 가상, 정신과 물질, 해와 달, 양과음, 들숨과 날숨과 같이 자연의 원리에 근접하는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다루어진다. 예를 들어 <거울 여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최근의 영상작업인 <해와 달>(2008)에서 김수자는 바다 수면 위에 드리워진 햇빛과 달빛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이클립스로 인한 그 둘의 중첩현상을 다루면서 개념적으로 불가능한 양과 음의 합일을 시각화했다.

-세계 구석구석에서 만난 무수한 삶의 파노라마를 목도하면서도 그 너머의 세계를 지향해 온 김수자에게 자연이 피상적인 현상으로서가 아니라 흙, 물, 불, 공기의 근원적 요소로 인식된 점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이 네 가지 요소는 그의 작품 전 영역을 관통하는 음과 양의 요소와 더불어 ‘세상 만물의 뿌리(Rhizome)’로서 인식된다. 물질로서의 자연의 4원소는 비록 계몽주의 이래 115개 원소의 일부로 파악될 뿐이지만, 사상적으로는 시공을 초월해서 동양의 오행사상(金水木火土)의 근간이 되는 것은 물론, 불교에서 말하는 만물이 생겨나는 다섯 가지 원소(地水火風空)의 핵심이자 서양의 철학적 전통으로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주를 네 가지 요소로 설명 하려 했던 기원전 6세기의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자연의 사계절이나 인생의 네 단계(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동서남북의 4방위 개념과 더불어 물질계를 흙, 불, 불, 공기 사원소의 혼합체로 파악했다. 그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창조되거나 소멸하는 원소는 없으며 다만 네 가지 원소 상호 간의 조합과 교환의 결과물만이 존재하는데, 원소들을 결합하거나 분산하는 것이 사랑(philia)과 증오(neikos)의 힘이라는 것이다. 동양의 음양사상으로도 대체될 수 있는 이 에너지와 물질 간의 역학관계는 세계를 생성과 변화의 역동성으로 이끄는 ‘영원 회귀’의 원동력으로 파악되고(니체) 에로스와 타나토스처럼 인간의 무의식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프로이트). 물질로서의 자연이 인간의 내면과 긴밀하게 다시 만나는 지점. 김수자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파악하고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감싸 안으려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스페인 카나리 군도의 란자로테 섬에 위치한 사화산과 과테말라 파카야 활화산을 촬영해 모두 7개의 독립된 영상으로 구성한 작품들은 대부분 우연의 산물로 포착되었다. 우연히 달리는 차 안에서,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춘 사이 우연히 작가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자연의 근원적인 모습을 프레임 안의 의도된 도상으로, 또는 만들어진 상징체로 포착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것이 불가능한 미션일 때 작가는 프레임 밖의 세계를 향해 열려진 지표로서의 영상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때 우연히 얻은 영상들의 배열이야말로 순전히 작가의 몫으로서 지극히 창의적으로 이미지 너머의 원소들을 호명하고 작품 상호간의 배려깊은 연관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엠페도클레스가 말한 ‘우연의 필연성’이란 모순된 원리를 실현해낸다.

  •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공간구조상 독립된 방안에 전시된 첫 작품은 란자로테 섬의 화산지대를 어두운 밤중에 자동차로 달리면서 차창 밖 화산섬을 향해 플래쉬를 비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희미하고 둥근 손전등 빛 주위로 달무리처럼 풍경이 서린 광경을 보여준다. <공기의 불>이란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밤’풍경 속 보이지 않는 공간인 허공의 깊이를 가늠하면 서 창조의 근원으로서의 공기에 대해 사유한다. 문명 이전의 어둠과 텅 빈 공간에 대한 은유이면서 인간의 무의식과 상상계에 대한 언급인 이 작품은 다가올 불의 생성을 암시하기도한다. 반면 본 전시장에 들어가 마주하는 <불의 공기>는 거친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연무 위에 떠오르는 놀라운 무지개, 그리고 장엄한 파도소리로 말미암아 가장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드라마틱한 자연의 용틀임에 속에서 보는 이의 피부에 포말이 와 닿을 듯 생생함을 전해주는 이 작품이 불에 관한 사유인 것은 하나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지개를 통해 텅 빈 무의식의 공간에서 태어난 불의 찬란한 욕망과 프로메테우스가 신들로부터 훔쳐온 문명의 기원에 대해, 그리고 상징계의 탄생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준다.

  • 이어진 <흙의 불>과 <흙의 물>은 화산지대를 낮과 저녁시간에 자동차를 달리며 바라 본 풍경으로 첫 작품인 <공기의 불>과 더불어 빛이 풍경의 표면에 닿음으로써 변화하는 공간의 깊이를 탐구한 작품이다. 풍경의 평면에 맞닿은 빛의 바늘의 구조적인 공간 탐색이라고나 할까. 이들이 변모하는 인상을 갖는 것은 모두 부동의 대지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빛과 속도라는 유동적인 요소와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흙의 공기>는 활화산의 불길이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여전히 흙에 대한 사유로서 제시된다. 작가와 스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구덩이의 이삼백 미터 근방까지 접근해서 촬영한 이 작품에서 정작 주목되는 것은 이글거리는 불이 아니라 돌덩이들이 타오르는 생명을 소진하다 남기는 재다. 에트나 화산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현자(賢者)는 자연이 열반에 드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자 했을까. 만물은 흙으로 회귀하고 그런 흙은 노년과 겨울, 그리고 죽음의 실재계를 떠올리게 한다. 이글거리는 활화산의 머리 위에는 맑고 푸른 하늘이 걸려있다. 역시 역설적이기만 한 <물의 공기>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흙의 공기>와는 불과 물, 땅과 하늘이라는 이중적인 대립항을 형성한다. 그것은 또 만지면 마치 단단한 저항감을 손바닥에 전해줄 것 같은 물결의 움직임을 포착한 <물의 흙>이라는 작품과 서로 비껴서 마주하고 있다. 모든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는 여신으로서 물은 공기의 공허함과 불의 야망, 흙의 비관을 모두 감싸 안으며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기원을 약속한다.

  • 삶의 근원과 자연의 원소들이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이면의 의미, 또는 원소들의 신비한 조합에 있다고 믿는 김수자의 작업은 마치 기표와 미끄러지는 기의의 퍼즐 맞추기처럼 완성이 불가능하다. 네 원소의 순열조합은 총 128개지만 그의 작업은 수학적 추론의 한계를 벗어나 우연과 돌연변이가 개입될 수 있는 자연의 순열조합으로서 바슐라르가 주장한 ‘물질의 상상력’까지 더해진다면 무궁무진한 ‘만달라의 만개(滿開)’를 기대할 수 있다. 김수자에게 작업의 완성이란 더이상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이 오기까지 어떤 빛의 방출과 어떤 생명의 진화가 전개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 This article was published for a review of Kimsooja’s solo exhibition at Atelier Hermes in Seoul in Wolganmisul Magazine of Feb., 2010. Translated by Kate YK Lim (Arte en Fide Representative)

Tierra - Agua - Fuego - Aire / Earth - Water - Fire - Air

Oliva María Rubio

2010

of sea, of fire, of dreams, of earth, of air. ─ Miguel Hernández

  • For the 2009 5th Lanzarote Biennial, Kimsooja has undertaken a project of five videos, filmed entirely on the island of Lanzarote, that tackles the subject of the four elements that have been employed by philosophers since antiquity to describe the essential components of material reality and the source of all energy and life, both in Western traditions and in the East: earth, water, fire, and air. Always charged with great symbolism, the four elements which date back to the time of Pre-Socratic philosophers and later received a more precise explanation from Empedocles, persisted through the Middle Ages to modern times and profoundly influenced the development of European thought and culture. These Western conceptions coincide with Indian, Japanese, and Buddhist traditions, which like Aristotle added a fifth element, ether (or the container of the cosmos) and with the Buddhist tradition. In some Asian countries like Korea and China, air is substituted for wind.

  • Kimsooja has uncovered, in the volcanic, ocean landscape of the island of Lanzarote, the force and inspiration of these elements, the essential energy that we all depend on as living beings, as well as an invitation to fantasy and a source of creativity. Kimsooja compels us to see fire in water, earth in water, air in water, and therefore, also the opposite: water in air, water in earth, water in fire. In a way, as the artist notes, water alone would suffice to represent all four elements, even though one might imagine that each element admits only a singular and unique representation.

  • The first three videos: Fire of Earth; Water of Earth and Fire of Air, share a common "journey" and form a trilogy. They have been filmed in different moments of day and night, in slow motion, while the artist was driving though the rocky landscape of the island. Each one of these videos evokes the elements of fire, water, and air, respectively.

  • The first video, Fire of Earth, was filmed during the day, and depicts the island's daytime landscape. The camera leads us through the island's rocky scenery, and makes us feel the body of the earth as if it were a skin. The camera's ample panoramic lens serves as a counterpoint to the partial vision of the nocturnal scene in the second video.

  • Here, the movement of the camera, sometimes sped up and other times slowed down, guides us through the rocky scene creating a trompe l'oeil effect: it looks as though the mountains in the background remain still, while the rocky terrain of the foreground moves faster, then slower, creating the illusion that the sea rocks, charred by the volcano's fire, are gliding across the landscape as if being dragged by a lava flow or a movement from deep inside the earth. At times, the mountains in the background also seem to move, but in the opposite direction as the foreground's rocky landscape; or that the fore is spinning, turning around the mountainous background in a circular motion of eternal return. The silence that envelopes everything and counters the ceaseless movement creates a mood of estrangement that is heightened by the moonscape of the boulder field, transmitting all the energy and spirituality of cosmic connection, typical of these extraordinary spaces.

  • The second video, Water of Earth, filmed at night and also in slow motion while driving, roams the nocturnal landscape of Lanzarote with a substantially different impact than the daytime film. Here we also encounter a trompe l'oeil effect. Again we experience the dynamic of mobility in the foreground and immobility in the background (in this case the sky), as in the daytime video, but here, the vista is obscured. In contrast with the complete view of the first video, our vision is now reduced by the darkness of night or absence of light. Also, due to the absence of light, the foreground takes on a larger role. Here the fore stands out against the sky, and the mountains that appear during the daytime disappear almost completely into the background. In this video the effect of movement occurs on several levels and always flows in the same direction. Altogether it resembles a deep river of dark waters moving quickly in the background and sliding slowly into the fore. The background is covered with scrub and rocky hills that appear like ghosts darkened by the night and almost completely fill the frame obscuring our view of the bottom. Sometimes the screen is pierced by poles or trees that pass across our field of vision like shooting stars. The varying degrees of acceleration evoke many other natural processes such as streams, floods, and rapids.

  • In the third video, Fire of Air, the artist illuminates the darkness with a spotlight while driving through the fields of volcanic rock. Focusing in on the center of the frame and leaving the rest of the screen dark, we see the blackness that envelops everything, except when the light collides with a physical object.

  • With the appearance and disappearance of light, and therefore the landscape, the images become unrecognizable. When the light appears, what we see is like a sort of swirling cloud, blowing in the wind. The night's darkness envelops everything until the light reappears. The light here is the source of energy that illuminates the space but is also absorbed by the darkness when it does not cross a physical object. Only when the light crosses or collides with something physical does it consume its energy. And as the artist herself notes, "darkness and distance play the roles of absorbing light in a vacuum and consuming the source/energy of light in physicality."

  • The appearance and disappearance of light creates an aura of mystery. The spotlight that the artist guides, like the sun lighting the earth, turns the landscape into something ethereal, abstract, resembling an eddy of clouds being swept away by the wind, spinning like a Ferris wheel of light. The rocky, nocturnal landscape of Lanzarote disappears and turns into a mass of light and clouds. Only every so often do tiny points of light appear on the horizon.

  • This trilogy speaks about how natural light and darkness, or lack of light, as well as the use of artificial light is associated with our modes of perception. In some way, it reveals how our visual reality is directly related to light, darkness, perspective, emptiness and physicality, simultaneously creating the mystery of our vision that goes beyond reality and lead us into the realm of fantasy. Fact and fiction are paired in these videos, opening our minds to a deeper reality that transcends habitual perceptions.

  • The movement of the earth, the movement of life, the acceleration and deceleration of events, the fleetingness of life… these elements also become manifest in contemplating this work.

  • This project is accompanied by two individual videos, Air of Fire and Earth of Water, which focus on the elements water and air and the energy generated when both come into play. To do this, Kimsooja selects two particular moments in the continuous movement of the sea and the undulating waves produced by air currents.

  • In the first, Air of Fire, the artist selects a segment of sea where the ocean joins with the earth on a cliff of black volcanic rock to depict the beautiful spectacle of a rainbow forming. When the waves of white foam, propelled by the wind, collide with the cliff, breaking and jumping through the air, the colors of the rainbow appear in their entire splendor. These waves soar to the top of the cliff, dispersing droplets as if to revive the fields of volcanic rock. In the middle of the video, the picture disappears from the screen and it goes black, leaving on our retina the image of the waves and rainbow, while we continue to hear the sound of water crashing against the cliff and dispersing with the force of the air. This separation of image and sound shows how meaning is created and reconstructed at the intersection of the auditory and visual senses. The sound of the waves breaking on the cliff, the beauty of foam leaping through the air, the appearance of a rainbow set against dark rocks, all of this is a hymn to the glory of nature, but it also drives us to question the mystery of creation.

  • In the second video, Earth of Water, Kimsooja films another section of the sea, framed as if it were a living painting. Rolling waves, continually shifting the movement and form of their own landscape, create a hypnotic mood that is enhanced by the gray scale of the sea's natural palette. One wave, gentle and repetitive, like a harmonious melody, rippling the sea.

  • Through these five videos in Lanzarote together with living volcanic and the sky scene in Guatemala that will be evolved in the future, the artist employs the reality of landscape and its materiality in order to transform beyond it. Juxtaposing fact and imagination, she imbues the series with elements of ambivalence and mystery. These works convey our diverse modes of perception and the creation of new meanings.

─ Essay of the Catalogue, 'Earth, Water, Fire, Air' from the artist's solo show at Yeong Gwang Nuclear Power Plant Art Project (Organized by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Translated by Bianca Kang / Victoria Restler

  • *Oliva María Rubio is an art historian, curator, and writer, who has been director of exhibitions at La Fábrica, since 2004. She was the Artistic Director of PHotoEspaña (PHE), an International Festival of Photography and Visual Arts celebrated in Madrid (2001-2003), where she programmed around 60 exhibitions. She is a member of numerous juries on art and photography, and a member of the Committee of Visual Arts “Culture 2000 programme”, European Commission, Culture, Audiovisual Policy and Sport, Brussels (2003), the Purchasing Committee at Fonds National d’Art Contemporain (FNAC), Paris 2004-2006, and artistic advisor of the Prix de Photography at Fondation HSBC pour la Photograhie, Paris, 2005. Oliva María Rubio is also the author of La mirada interior. El surrealismo y la pintura (Madrid, Tecnos, 1994), and writes articles for catalogues, magazines and newspapers. She recently curated Kimsooja's exhibition at Crystal Palace, Madrid, in collaoboration with the Reina Sofia Museum, and the travelling show of Andres Serrano: Salt on the wound, 2006. She was the curator of Kimsooja's To Breathe: A Mirror Woman at the Crystal Palace, organized by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in 2006.

지.수.화.풍

올리바 마리아 루비오 (미술사가 / 큐레이터)

Oliva María Rubio

2010

바다로부터, 불로부터, 꿈으로부터, 땅으로부터, 공기로부터, ─ 미겔 에르난데스.

  • 김수자는 2009년 스페인 란자로테에서 열리는 다섯 번째 비엔날레를 위해 란자로테 섬에서 촬영된 다섯 개의 영상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땅, 물, 불과 공기는 생명력과 힘의 원천이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철학자들이 물질의 실체를 형성한다고 믿었던 요소들이다. 이 네 개의 요소들은 더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닌 하나의 무언가와 연결되어 소크라테스 이전부터 시작되어 엠페도클레스 때에 와서 더 구체화 되었으며, 중세, 근대의 유럽사상과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개념은 에테르, 즉 천공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더 했다는 점에서 인도나 일본 불교문화의 그것과 일치한다.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동양국가에서는 바람이 공기를 대신한다.

  • 김수자는 화산과 바다로 이뤄진 란자로테 섬의 자연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로써 완전히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 본질적인 원소들의 힘과 영감 뿐만 아니라 동시에 환상과 창조적인 발상의 근원지를 발견한다. 김수자는 우리에게 불에서 물을, 땅에서 물을, 공기에서 물을 보기를 원하며 이와 마찬가지로 반대의 상황, 즉 공기에서 물을, 땅에서 물을, 물에서 불을 보기를 원한다. 이들은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물은이 나머지 요소들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요소들이 지닌 특징들은 유일하고 독창적인 것이다.

  • 처음 세 개의 영상들인 <Fuego de Tierra / Fire of Earth>, <Agua de Tierra / Water of Earth> 그리고 <Fuego de Aire/ Fire of Air>의 동일한 “여정”을 다루며, 이들은 3부작을 이룬다. 이는 작가가 섬의 바위 지역들을 지나며 낮과 밤에 걸쳐 느리게 촬영하여 얻어낸 결과물로써, 각각 불, 물과 공기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 첫 영상인 <Fuego de Tierra / Fire of Earth>은 낮에 촬영한 것으로 섬의 주간 풍경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화산섬의 바위투성이 지형을 보여주며 우리로 하여금 땅의 표면을 피부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광범위한 파노라마적 시선은 두 번째 밤의 풍경에서 보여주는 제한적인 시야와는 대조적이다.

  • 카메라는 우리를 이 바위투성이 섬으로 안내하며,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움직이며 트롱프 뢰유 효과를 만들어낸다. 마치 화면 배경에 있는 산은 가만히 있는 반면 화면 전방의 바위 지형은 빠르게 또는 느리게 움직이면서 화산에 의해 까맣게 탄 바위들이 용암에 의해 지평선을 따라 흘러가는 또는 심층에서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 보여준다. 가끔씩 뒤에 위치한 산도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전방의 바위들이 흘러가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보이며 지면이 이 산 주위로 원형을 그리며 끊임없이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을 감싸는 동시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화면과 대조를 이루는 고요함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황폐한 바위 지형을 통해 극대화 되며 우주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모든 에너지와 영성을 전달한다. 이것은 또
    한 이러한 기묘한 지형의 특징이기도 하다.

  • 두 번째 영상인 <Agua de Tierra / Water of Earth>은 작가가 란자로테 섬을 차를 타고 돌며 느리게 촬영했다는 점에서는 첫 번째 영상과 같지만, 낮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밤의 풍경을 보여준다. 여기서도 역시 트롱프 뢰유 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지면의 움직임과 배경의(이 경우는 하늘) 움직이지 않는 굳건함이 반복 되나 지형은 매우 모호하다. 전편에서 보여 주었던 전체적인 풍경에 반해 이제는 밤의 어두움과 빛의 부재함으로 인해 부분적으로만 보인다. 빛이 없음으로 지면의 비중이 더 커진다. 낮의 영상에서 볼 수 있었던 산의 모습들은 하늘의 어두움에 가려져 없어진다. 이 영상에서는 움직임의 효과가 다양한 반면, 움직임의 방향은 낮의 풍경과 동일하게 유지 된다. 지면과 배경이 합쳐진 밤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깊고 어두운 강물이 땅과 하늘 사이에서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영상은 마치 바위투성이의 산들 덤불들을 보지 못하도록 밤의 어두운 유령들이 화면 전체를 꽉 채운 것 같다. 영상 중간 중간에 가로등이나 나무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는 또한 움직임의 속도에 따라 시각적으로 홍수나 증수와 같은 자연 현상들을 연상시킨다.

  • 세 번째 영상인 <Fuego de Aire / Fire of Air>에서 작가는 같은 화산 바위 풍경을 달리는 차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로 어둠에 싸인 밤풍경을 비춘다. 불빛이 비추는 부분을 영상의 중심에 담고 그 주위는 어두운 화면 그대로 촬영한 것을 보면서, 우리는 빛이 물리적인 실체와 부딪치지 않는 이상 어두움이 이를 흡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빛의 희미해짐과 선명해짐이 반복되며 우리는 풍경의 사물들을 잘 식별할 수 없게 된다. 불빛이 선명해지면 바람이 흔들어 놓은 듯한, 또는 구름 회오리 같은 화면이 보인다. 밤이 되면 날이 밝아지기 전까지는 어두움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다. 빛은 공간을 밝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물체와 맞닥뜨리지 않는다면 그대로 어두움에 흡수된다. 빛이 물체와 맞닥뜨릴 때만이 이의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어두움과 거리는 물질 세계에서 공기 중 에너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 빛의 생성과 소멸은 신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가가 들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는 대지를 환히 비추는 태양과 같이 풍경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버린다. 이 이미지는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구름의 회오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란자로테의 바위투성이 밤 풍경은 없어지고 빛과 구름의 여상만 남게 된다. 지평선 너머로 아주 작은 불빛들만이 가끔 보일 뿐이다.

  • 이 3부작은 자연의 빛과 어두움 또는 빛의 부재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불빛들이 어떻게 인간의 지각과 연결되어 있는지 알려준다. 빛과 어두움, 사람의 관점과 물리적 세계가 정작 눈에 보이는 현실과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도 알려준다. 우리의 눈이 현실을 넘어서 환상을 보게 될 때에 느껴지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영상들에서는 공상과 실제가 서로를 보완해주며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는 것들을 넘어서 더욱 깊은 진실로 우리를 안내한다. 땅의 움직임, 생명의 꿈틀거림, 행위의 속도, 덧없음..., 이 모든 것들은 이 일련의 작품들 속에 녹아있는 뚜렷한 특징들이다.

  • 이 프로젝트에는 추가로 두 개의 독자적인 영상들이 더해진다. 물과 공기, 이 두 요소를 더 강조하는 <Aire de Fuego / Air of Fire>와 <Tierra de Agua / Earth of Water>이 바로 그것들이다. 물과 공기가 활동을 시작하면 이 둘의 조화가 뿜어내는 힘은 대단하다. 바다의 끊임없는 요동과 공기의 흐름 속에서 감지되는 작은 파동들이 이 영상들에 담겨있다.

  • 에서 작가는 바다가 땅과 맞닥뜨리는 한 모서리를 선택한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아름다운 무지개의 형성을 보여준다. 하얀 거품 파도가 바람의 힘을 받아 절벽에 부딪치는 순간 물안개가 공기 중에서 부서지고 요동을 치며 환상적인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죽어있는 땅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인 마냥 파도들은 절벽에 부딪쳐 수포를 뿜어낸다. 영상이 끝나면 화면은 칠흑같이 어두워지고 무지개와 파도의 환상적인 조화는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공기의 힘으로 절벽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의 소리만이 귓가에 들릴 뿐이다. 이러한 영상의 이미지와 소리의 분리는 시각과 청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우리의 의식에 특정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절벽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의 소리,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파도의 아름다움, 어두운 바위를 배경으로 피어나는 다채로운 무지개의 섬세함, 이 모든 것들은 자연이 지닌 눈부심에 대한 찬가이기도 하지만, 만남과 창조의 신비로움을 뜻하기도 한다.
  • 두 번째 영상인 을 촬영할 때 김수자는 고정된 프레임 속에서 일렁이는 바다의 표면을 촬영함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회화처럼 보이도록 한다.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는 파도의 끊임없는 움직임은 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최면에 걸린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 느낌은 바다가 제공하는 자연적인 색채의 다양함으로 인해 더해진다. 부드럽고 반복적인 파도의 움직임은 마치 바다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성과도 같다.

  • 김수자는 자연으로부터 자신의 완전한 프로젝트인 이 다섯 개의 영상들을 얻어냈다. 뿐만 아니라 실체와 관객의 환상을 적절하게 조화해 자신의 작업에 신비함과 감정의 교차를 더하고 있다. 김수자의 이 일련의 작업들은 우리에게 세계에의 보다 다양한 지각방식과, 기존의 자연에의 새로운 의미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 Essay of the Catalogue, 'Earth, Water, Fire, Air' from the artist's solo show at Yeong Gwang Nuclear Power Plant Art Project (Organized by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번역 강하얀

  • Oliva María Rubio is an art historian, curator, and writer, who has been director of exhibitions at La Fábrica, since 2004. She was the Artistic Director of PHotoEspaña (PHE), an International Festival of Photography and Visual Arts celebrated in Madrid (2001-2003), where she programmed around 60 exhibitions. She is a member of numerous juries on art and photography, and a member of the Committee of Visual Arts “Culture 2000 programme”, European Commission, Culture, Audiovisual Policy and Sport, Brussels (2003), the Purchasing Committee at Fonds National d’Art Contemporain (FNAC), Paris 2004-2006, and artistic advisor of the Prix de Photography at Fondation HSBC pour la Photograhie, Paris, 2005. Oliva María Rubio is also the author of La mirada interior. El surrealismo y la pintura (Madrid, Tecnos, 1994), and writes articles for catalogues, magazines and newspapers. She recently curated Kimsooja's exhibition at Crystal Palace, Madrid, in collaoboration with the Reina Sofia Museum, and the travelling show of Andres Serrano: Salt on the wound, 2006. She was the curator of Kimsooja's To Breathe: A Mirror Woman at the Crystal Palace, organized by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in 2006.

Breakwater Turns into Kimsooja’s Needle

Choi Eunju (Senior Curator / Head of Development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2010

  • It is generally agreed that the modern art of the twentieth century came into being and gained the momentum of development in tandem with: the extended conception of matter, the emergence of a science of the unconscious, and the changes in the modes of communication, to name only a few. As an attempt to pose a question about the characteristic of the contemporary art of the twenty-first century, various art critics and curators of the contemporary art cited several key words such as‘place’, ‘spirituality’, ‘identity’ and ‘consumption’in the project, Art 21 of Susan Sollins. The project introduced Kimsooja’s art with details in the expression of a mobile lifestyle, the contemplation of humans and nature, and the artist’s identity seen via the others. Along with those issues, Kimsooja contained critical views on the contemporary society within her works, which could be thus be valued as leading to significant art issues in the twenty-first century

  •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of Korea has been exploring the possibility of a public art project outside the museum since December 2009. In order to try it out, a preliminary test for the project was ensued. The museum decided to select Kimsooja’s video installations titled as ‘Earth-Water-Fire-Air’ series to feature for the Yonggwang Nuclear Power Plant Art Project. The museum's curators had been engaged in vigorous discussions and research on art projects that could deliver new ideas and fresh formats. The focal concern was how the museum could expand its sphere, and not enclose the exhibitions and other projects only within its walls. Curators looked into the precedence of such, as in the Anyang Public Art Project in Korea, the Naoshima Project in Japan and the Loire Project in France, sizing up strengths and drawbacks in each project. Meanwhile, in conjunction with the nation's enhanced status in the world economy, the idea of the possibility of combining Korea’s industrial strength with the realization of an art project was put forward. In other words, the museum eventually made a decision potential for challenging future debates and voices: it threw art into the realm of its apparent antithesis. At that time the export scheme of the nuclear plant to UAE surfaced in Korea, which was in lieu with the promotion of the public awareness of the unrevealed identity of nuclear power and its allied industries. The inves-tigative questions raised were both basic and controversial, illuminating on different facets of what was at stake: is nuclear power only destructive and fearful as infamously known in a nuclear explosion? Or could it be the alternative way to solve the lack of energy and environmental problems? Would it be plausible to combine such explosive societal and global issue with the arts? If possible, what kind of responses and reactions would be derived from such a marriage? And furthermore, what kind of artistic communication can be delivered? No one dared to experiment with the very conception, and yet in May 2010, we plunged into the practical procedures to realize the project in the exact place where the plant was located.

  • There are four power plants in Korea. Out of the plants in Uljin, Worsung, Gori and Yonggwang,the Yonggwang plant is situated in beautiful Honam area, the south-western part of Korea. In the course of constructing the plant in the city, a public park was created for the sake of the dwellers, utilizing earth and sand which was unearthed due to the construction work. It is called Han-ma-eum Park, meaning “one mind” in Korean – and the in-habitants are currently enjoying the park. The artworks will be installed on the bank built within the plant site, similar to breakwater. The stretched bank functions to cool down the sea water which was heated up in the process of generating the nuclear power. It is as long as 1,136 meters, surrounded by the sea. Yet once one walks along the bank, one can feel the sweeping view as if its path running towards the sea with breath-taking gallops. From there,viewers can see We Island in Buan away off where the residents had staged strong protests against building the waste disposal facility. The artist chose this place because it was deemed as the intersection between civilization, posed as nuclear technology,and art, represented by humans and nature.

  • Kimsooja’s ‘Earth-Water-Fire-Air’ series is the outcome of her philosophical search for the relation between human beings and nature. She rounded the whole project off with the completion of 'Water of Air' which is video images of glaciers in Greenland,filmed up from a helicopter in July 2010. The whole works comprise eight separate series, the core concept of which is that the four primary elements of nature – earth, water, fire, air – by means of the organic synthesis go through changes, perishment, and creation. The titles of works invite viewers to ponder on the implications of the relations between the two elements keyed in the title; Fire of Earth,Water of Earth, Earth of Water, Air of Fire, Air of Earth, Air of Water, Fire of Air, Water of Air. They reveal that four elements are interconnected in the bond of a circulatory system. To sum it up, the at-tributes of earth are derived from water and air, and fire gives birth to air, and air is the incarnated form of water. Titles are rich in suggesting the four elements’ wondrous liaison with one another. One is reminded of the Oriental philosophy concerning five classical elements of the universe created by Yin and Yang energy- Gold, Water, Wood, Fire, and Earth, which were expounded in the theory of Oh Hang Sang Seng(五行相生). Kimsooja’s previous series such as A Needle Woman, A Beggar Woman, and A Mirror Woman deal with both the contradictory and relational facets of connections between individuals, humans and society, or humans and nature.The two factors upon the encounter generate conflict and thereby inflict scars on each other, and yet they might work to heal in certain circumstances, Kimsooja observed. The artist herself standing still with her back to the viewers serves as an axis for those relations and their interactions to flow and swirl around, so that the artist in stillness comes to be the integral recipient of perception.

Kimsooja often explained in many of her interviews that her art stemmed from the unique personal encounter with needles and sewing. In the similar vein,the long-stretched breakwater at the site of the power plant with the light house at the end where it faces the sea, is once again transformed into the artist's Being as a ‘Needle Woman’. The site poses questions on the relations of nature and energy,materials and humans. The experience of sudden aggregations and intensity of the universal energy imposed upon and penetrated into Kimsooja while she was sewing with her mother long time ago, is to revive in this project, only on a much grander scale.

The artist sees the nuclear energy as part of the order of synthesis – the process being fission and fusion – and one could say that this is an extension of ‘Earth-Water-Fire-Air’ Series. Nuclear energy, did in the end, come from nature, and was subsequently transformed into an energy both capable of total annihilation and construction. The subject of this art project becomes the arena where all the various kinds of discussions and debates of contemporary art come together. For this project, Kimsooja's six-channel video installation will be shown on fabricated outdoor screens that equally segmented and separated out along the boardwalk. Against the backdrop of the power station, we find ourselves in the midst of the convergence of technology and art by the artist’s alchemic touch, and her acute perceptive abilities. People might ask questions about humans and nuclear power, about harmony and collision – about art as a public realm.

“A needle is an intriguing being which has duality residing in its existence. While the tip of the needle hurts and separates when aggressively attacks, the needle eye heals and combines two divided parts together. We could even say that the needle has hermaphroditic qualities. I was so bewitched by the needle that I continued to have persisting questions in it. Once the performance of sewing is done, all that remains is the thread, and the needle vanishes from the site.
– Excerpt from Lee Kyuhyun, “Hello, Mr./Ms. Artist!”, Nexus Publication 2010, An Interview With Kimsooja -

“A needle is an intriguing being which has duality residing in its existence. While the tip of the needle hurts and separates when aggressively attacks, the needle eye heals and combines two divided parts together. We could even say that the needle has hermaphroditic qualities. I was so bewitched by the needle that I continued to have persisting questions in it. Once the performance of sewing is done, all that remains is the thread, and the needle vanishes from the site.”

  • – Excerpt from Lee Kyuhyun, “Hello, Mr./Ms. Artist!”, Nexus Publication 2010, An Interview With Kimsooja -

─ Essay of the Catalogue, 'Earth, Water, Fire, Air' from the artist's solo show at Yeong Gwang Nuclear Power Plant Art Project (Organized by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Translated by Kate YK Lim (Arte en Fide Representative)

영광원전 방류제, 김수자의 바늘이 되다.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 사업관리팀장)

2010

  • 20세기 모던 아트의 등장은 물질(matter) 개념의 확산, 잠재의식과 정신분석학의 영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등에 의해 추동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비교하여, 21세기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의 특성은 과연 무엇일까? 수잔 솔린즈(Susan Sollins)에 의해 주도된 <Art 21 : Art in the Twenty-First Century>(2001-2009) 프로젝트에서, 현대 미술 비평가와 큐레이터들은 ‘장소(Place)’, ‘정신성(Spirituality)’, ‘정체성(Identity)’, ‘소비(Consumption)’의 개념이 21세기 현대 미술에 있어서 시각언어의 확산을 이루어 낸다고 이야기하였다. 김수자의 작품세계 역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상세히 소개되었다. 유동하는 삶의 표현,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 타자와 구별되는 작가의 정체성, 그러면서도 은연중에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의식 등이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는 현대미술의 가능성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 지난 해 12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 밖에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해 보기 위한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로서 김수자의 멀티 채널 비디오 작품인 <지·수·화·풍(Earth·Water·Fire·Air)> 시리즈를 선정하여 <영광원자력발전소 아트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당시에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진들 사이에선 새로운 형식의 아트 프로젝트에 관한 진지한 토론들이 심심치 않게 전개되곤 하였다. 미술관 영역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전시와 프로젝트를 밖으로 끌어내어 미술관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일본의 ‘나오시마(直島)프로젝트’, 프랑스의 ‘르와르(Loire)강 프로젝트’ 등이 살펴졌고 각 프로젝트의 장, 단점이 토론되었다. 그러는 중에 세계 경제계의 중요한 동반자로 등장한 한국의 산업 역량을 예술 프로젝트와 결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도출되었다. 결과적으로 미술관은 어떤 면에서 보면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선택을 하였다. 당시 ‘UAE로의 원자로 수출’이라는 성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원자력에너지와 산업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란 무엇인가? 원자력은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두려움의 대상인가? 아니면 지구의 환경문제와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시켜 줄 미래적 대안인가? 원자력 영역과 예술 영역의 만남은 가능할 것인가? 그 결과는 해당 산업계와 미술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인가? 그리고 어떤 예술적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끊임없이 던져졌다. 이전에 그 어느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상상의 프로젝트를 원자력 발전소라는 특정 장소에서 펼쳐 보이자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이다.

  • 우리나라의 울진, 월성, 고리, 영광의 4개소 원자력 발전소 중 영광이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지로 선정된 이유는, 호남 지역 특유의 아름다운 지형 속에 원자력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고 특히 발전소 조성 시 발생한 토사를 재사용하여 만들어진 한마음 공원이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다. 작품이 설치되는 곳은 원자력발전소 내의 방류제이다. 방류제란 일종의 방파제인데, 원자력 발전소 방류제는 원자력발전으로 데워진 바닷물을 식히는 기능도 함께 갖고 있다. 전장 길이 1,136m에 달하는 방류제는 영광 앞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듯한 경관을 자랑하며 방폐장 유치 논란으로 뜨거웠던 부안의 위도도 바라볼 수 있다. 김수자 작가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원자력 발전이라는 기술의 영역과 자연과 인간을 해석하는 예술의 영역이 이곳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 김수자의 <지·수·화·풍> 시리즈는 시리즈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철학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금년 7월, 그린랜드 지역의 빙하를 헬리콥터에서 촬영하여 편집한 시리즈로 완결됨으로써 총 8개의 시리즈로 구성된 이 작품의 핵심개념은 자연을 구성하는 지·수·화·풍의 각 물질적 요소는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생성, 변화, 소멸 된다 는 것이다. <Fuego de Tierra / Fire of Earth>, <Agua de Tierra / Water of Earth>, <Tierra de Agua / Earth of Water>, <Aire de Fuego / Air of Fire>, <Aire de Tierra / Air of Earth>, <Aire de Agua / Air of Water>, <Fuego de Aire / Fire of Air>, <Agua de Aire / Water of Air>라는 제목 역시 지·수·화·풍의 순환관계를 드러낸다. 이 제목은, 흙의 속성은 물과 공기에 의해 형성된다거나 불에서 비롯되는 공기의 성격과 물에서 비롯되는 공기의 성격은 또 다른 자연의 속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등의 수많은 유추를 암시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 구체적인 언급은 한 바 없지만, 이 작업을 통해 동양철학에서의 ‘오행’과 ‘상생’의 개념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지·수·화·풍의 요소들은 단지 자연 현상계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 김수자가 발표했던 <바늘여인(A Needle Woman)>, <구걸하는 여인(A Begger Woman)>, <거울여인(A Mirror Woman)> 등의 시리즈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 등의 대립적인 요소들이 만나, 상처를 안기고, 상처를 치유하는 그런 관계까지를 연상시킨다. <여인 >시리즈에서, 관자들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작가의 존재는 미동도 없이 작품의 중심에 서 있음으로 해서, 이 모든 관계성의 연결과 순환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바 로 다음 아닌 작가 자신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 김수자의 작업세계는 종종 ‘바늘’과 연관된 독특한 체험과 표현으로 설명되어 왔고 작가 스스로도 여러 인터뷰에서 그 사실을 밝히고 있다. 끝머리에 노란 등대가 설치되어 있는 1,136m의 좁고 길게 뻗은 방류제는 또 한 번 ‘바늘여인’ 김수자의 실존을 상징한다. 방류제는 바늘이 되어 자연과 에너지, 물질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해 다시 묻는다. 오래 전 실크이불보를 어머니와 함께 바느질하던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 자신의 에너지와 우주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바늘 끝으로 향하는 것 같았던 그 충격적 체험이 방류제에서 보다 더 큰 스케일로 재현되는 것이다.

  • 김수자는 분열과 융합을 통하여 ‘혼성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연물질 중 하나로서 원자력을 해석하여 <지.수.화.풍 > 시리즈의 영역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자연 물질의 하나이면서 현대에 들어와 생성과 파괴의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원자력 에너지라는 소재는 앞서 언급한 현대미술의 담론들을 한꺼번에 녹여내는 용광로와 같기 때문이다. 방류제에 김수자는 6개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흙, 물, 불, 공기의 자연 요소들을 배치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 주제에 대한 작가의 첨예한 문제의식들은 예술 프로젝트로 거듭나게 된다. 인간과 원자력, 상충과 상생, 예술성과 공공성에 대한 질문 과 대답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을 방류제로 인도한다.

“바늘은 매우 흥미로운 존재이지요. 이중적인 성격이 늘 있습니다-

침 끝으로 공격하고 상처를 내는가 하면, 바늘귀를 통해 치유하기도 하지요.
나아가 양성구유(兩性具有)의 특징을 한 몸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바늘이 가진 이러한 모순된 속성에 매료됐기 때문에 바늘과 연계된 질문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늘은 분리된 천을 잇고 꿰매는 자신의 역할을 하고 나면, 실의 흔적만을 남기고 자신은 그 사이트에서 사라집니다.”

  • ─ 이규현, 『안녕하세요? 예술가씨!』(도서출판 넥서스, 2010) 중 김수자와의 인터뷰에서 인용

─ 『영광 원자력발전소 아트프로젝트 2010, 지-수-화-풍, 김수자』, 국립현대미술관, 2010

About nothingness: being nothing and making nothing

Sungwon Kim

2010

"Whether we try to make it or not, the sound is heard" [1]

  • The new work of Kimsooja, Earth-Water-Fire-Air (2009), which is based on the four elements of nature—earth, water, fire and air—and their organic combination, seems to consist only of typical natural landscapes of a volcanic area, when seen in just a visual context. These landscapes capture the "natural phenomenon" itself, without any deliberate intervention, artificial transformation or staging on the artist's part. The artist silently brings the spectators before nature, as she previously took them amidst the numerous people in various places of the world such as Tokyo, Shanghai, New Delhi, New York City, Mexico City, Cairo, London, Lagos (Needle Woman, 1999-2001), Patan, Havana, Jerusalem, Sana'a, Rio de Janeiro, and N'Djamena (Needle Woman, 2005). However, the rear view of the artist, who had guided spectators to witness the diverse lives taking place in every corner of the world, is no longer visible. "If the perspective in Needle Woman was me looking at myself from behind, my perspective in this work exists beyond the bodies of spectators and me, and is a perspective that sees more than simply the landscape. In other words, it is the gaze of the 'third eye'." [2] The back view of the artist is replaced by the eye of the camera in Earth-Water-Fire-Air, and the perspective of the artist becomes the "third eye," which gazes through the eye of the camera. The "eye of the camera" is mobilized in the same context as "bottari"—the tied bundles in her well-known works—existed as a gigantic frame (bottari-frame) to encompass or spread out people's invisible lives. Her "eye of the camera" (bottari-frame), rotating 360 degrees, captures the sky, land, lightning, snow and fog of New York and Mexico City (2000-2001), while the stationary eye of the camera stares at the eclipse, the sunlight and moonlight reflecting off the dark blue surface of the sea (Mirror Woman: Sun and Moon, 2008). In Earth-Water-Fire-Air (2009), it captures directly the natural phenomena of volcanic areas in the Canary Islands and Guatemala. These works, in which the back view of the artist moves to the position of the camera, and the eye of the camera works at the same line as the "bottari-frame," conceptually transverse all Kimsooja's previous works, in search of a connection with the infinite energy hidden in humans' invisible lives and in nature. Now in Earth-Water-Fire-Air, Kim is turned into the "third eye," which exists everywhere but cannot be seen anywhere, withholding direct comment or interpretation on the "greater theme" of the relationship between nature and humans, or fundamental reflection on this, but opening up infinite possibilities to spectators to participate in the eloquent speech of nature.

  • To what kind of world does the "third eye" of Earth-Water-Fire-Air invite viewers? It is a world of principles of nature, origins of matter, essence of humans and life, and mutuality and coexistence of all such qualities. The four elements of nature—earth, water, fire and air—are the roots of western philosophy, but also related to the five elements (metal, water, wood, fire and earth) that form everything in the universe according to the eastern theory of yin, yang and wu xing, or the five elements of creation (earth, water, fire, wind and void) according to Buddhist philosophy. Such elements, which are the core of Eastern and Western thought, and the energy created by their mutual combination enable us to think about the recurrent structure of circulation known as the birth and death of all things, to realize the mysterious relationship between nature (matter) and humans, and to ponder on the life of humans. "As water has an element of fire and the earth has the elements of fire, water and air, each element is in a relationship of mutual circulation and connection. In the process of looking at them separately as four elements, I intended to reveal their 'inability to stand alone, and dependency'." [3] In extension of such thought, through this work Kimsooja visualizes the dynamic relations of "water, fire, earth and air" and their infinite energy through "the natural phenomenon itself." Each of the seven landscapes taken of the dead volcano of Lanzarote in the Spanish Canary Islands, and of the live volcano of Pacaya in Guatemala, has an independent title. In these works, the relations between the titles and images suggest a different element hidden within a certain element based on a permutation or combination structure of sets of two elements, or visualize the organic relation between two elements and their energy. Blazing red lava (Air of Earth), the clear blue sky looking down upon the lava (Air of Water), dark blue waves of the sea (Earth of Water), a rainbow emerging from the waves breaking against the volcano (Air of Fire), three different landscapes taken while slowly driving along the same volcanic terrain in the day, evening and night (Fire of Air, Fire of Earth, Water of Earth)... But the combination of these elements does not allow direct reference to any particular ideology of East or West. The artist wants to contemplate not on the persuasiveness of such ideology, but rather on nature, the elements that form nature, and the origin and methods of existence of humans, through free combination and exchange among the elements.

  • One of the characteristics of Kimsooja's work, regardless of what it deals with—city, people, life, the world, or nature—can be found in the perspectives or ways of thinking about these, and the attitude of raising questions about them. This indicates that her work does not communicate the artist/subject's viewpoint of this world to others one-sidedly, and that the world seen by the artist/subject no longer aims at a consistent message. If so, how is the "subject," which encompasses the "landscapes" of the world as a compound collective of different elements, reflected in her works? This "artist-subject," who pays attention to the world's diverse cities, nature, people and their lives, is neither a romantic subject who reflects inner tension and conflict before colossal nature, nor a heroic subject of American abstract expressionism who pursues absolute sublimity transcending this world, nor a phenomenological subject who presents perceptional phenomena by connecting sensuous experience and visual sense, nor an archeological subject who excavates social-cultural vestiges. The work of Soo-ja Kim no longer pursues or reflects a "single subject" that has emerged in the history of art. Her work announces the coexistence of numerous subject-spectators within time-space, and the birth of those anonymous subjects' multilateral perspectives. The moment the spectator focuses on the "rear view" of Needle Woman or Woman Washing Clothes, he/she will wear "the clothes of the artist's body," stand exactly where the artist stands, and see beyond the world the artist sees. The relationship between subject and spectators of the work Bottari, in which discarded old clothes are wrapped in a blanket cover once used by someone of unknown origin and are carried all over the world in search of something, can also be read in the same context. In Kimsooja's work the spectator is no longer a passive subject who accepts a single perspective presented by the artist. In her work the spectator is an active subject who lives positively within the forms of life through the guidance of the artist. Thus, the spectator can leave together with the artist on a long journey to understand and embrace even more and different lives, and can share the world's diverse realities, different people, and their lives.

  • Most of Kimsooja's works are extremely static, continent, and extraordinarily simple, having no narrative or dramatic plot. They present amazing eloquence, however, through the speeches of the objects (bottari, needle, and mirror) in her works, which slowly dominate the spectator through persuasive powers reminiscent of the prosopopea of ancient orators. This "personification" is not simply confined to personified imagery, but is one of the rare oratories that start from the idea that personified objects can think, and that they can be made to talk. This method of personification, which generally has made objects speak about the wisdom of god to enlighten people about their arrogance, ignorance or limitations, now seems to reveal its effect through the experiences of the objects in Kimsooja's works, which start from compassion and love for humankind, and attempt to understand and embrace humans and their lives. As a child, while sewing blanket covers together with her mother, the artist reports feeling a mysterious energy flow through her body at the moment the point of the needle pierced the cloth; as she connected the different pieces of cloth together one by one, she smelled the delicate scent of life from the gigantic blanket cover. With the artist's declaration—"The needle is the medium, mystery, hermaphrodite, abstraction, barometer, and shaman. And so is my body" [4] —the quiet, eloquent speech begins. The artist's body becomes a needle connecting different cultures, diverse lives, people's love, compassion, agony, loneliness, etc., throughout the world as if she were taking stitches one by one, finally giving birth to the "wrapping cloth (bojagi) of life," in a variety of colors. All sorts of races, culture, and traces of their "differences" are marked on the bojagi, which attempts to meet with more stories in other time-spaces.

  • The needle becomes the "axis" of time-space, which allows "connections" among many other subjects, and serves as a medium that makes simultaneous communication with spectators possible. Along with the joy, anger, sorrow and pleasure of human life contained in the bottari (Bottari Truck series), the "needle," which enables encounters among all human beings in the world (Needle Woman, Woman Washing Clothes series), meets with the "mirror" (Mirror Woman series), which enables thought about me and others, the group and the individual, and the human and the world, once more bringing spectators into the paths of these objects in a natural manner. The mirrors spread across the entire floor of the Crystal Palace become a "spread-out needle," attempting to sew together the false image and the real image (To Breathe — A Mirror Woman, 2006), and the monochrome projection of primary colors and the recorded sounds of the artist's own inhalation and exhalation, performed at the Teatro la Fenice, Venice in the same year under the "same title," invite spectators to a mediation of life and death. Through To Breathe: Invisible Needle/Invisible Mirror (2006), performed at the Theatre du Chatelet in Paris, which seeks merging of material and spirit through the complete dematerialization of body/needle/mirror, and through Mirror Woman: Sun and Moon (2008), which captures the sun and moon during an eclipse, the natural phenomenon of sun and moon light reflecting off the surface of the dark blue sea, the artist ultimately aims to become one with the breath of humans and the cosmos, opening questions about the origin of all creation and the principles of nature. And abundant questions on this matter are continued in Earth-Water-Fire-Air. The artist's body penetrates the lives of the world through the "needle," connects the dualities of the inner and outer aspects of the human, as well as of existence and non-existence, by being a "mirror," and this needle and mirror breathe in and breathe out as they talk about life and death, going back and forth between the worlds of material and nonmaterial. The paths of the needle and the mirror then expand from the human to nature and the universe, beginning a journey to the world of the origin and essence of all creation.

  • From the early 90s until now, spectators have participated in Kimsooja's world of work together with the endlessly mobile body of the artist through "needle" and "bottari." Some read post-modern nomadism or global culture in her performances and objects, while others have made connections between the Korean objects, colors and references to Eastern culture that appear in her work, and national identity or feminism. Of course, in today's culture, which pursues movement, cultural diversity and difference, each cultural code and reference reflects the identity of the concerned group. If, however, we assume the state of art now as the effort to preserve the autonomy of each of the differences, and to pursue their mere coexistence, ironically, such identities will be destined to remain as folklore or exotic elements. Artists' work today is based on references to their unique culture and regional codes, and Kimsooja's world of work is no exception. But what is important is that such elements in her work transcend the local and construct significance in the global dimension, forming a circuit. That is, her work seeks cooperation among the multiplicity of different cultural seeds, and proposes continuous adaptation among their peculiarities. Minimalist aesthetics and the "ready-used" concept, which can be sensed throughout her work, connect Korean objects, local culture and Eastern thought to the Western history of art, undergo new adaptations, and form extraordinary and creative routes that enable us to journey through the life of humankind.

  • Kimsooja's bottari, blanket covers, needle work, etc., have created a new model that traverses Korean tradition, Eastern philosophy and art-historical codes. All of Kimsooja's objects are ready-made. Of course the "readymade concept" is no longer an issue of interest for us today. The point is not the fact that Kim took the readymade objects, but how she expanded and transformed the concept of readymade. "My work redefines the already existing concept of the object. This preexistence is hidden within daily life, particularly in the perspective of the West. Art history does not speak of such preexistence, and does not conceptualize this idea. It is only conceptualized when someone makes it break away from its original production, and shows it in the frame of representation/performance. To create a context of its own in art history: this is the work I do. So my work has nothing to do with making a new object without a previous life." [5] Her interest in bottari, blanket covers and other objects is not in the "already made (action/result)," but in how it has been used (time/experience). In other words, when the artist uses old clothes or blanket covers that were worn or used by someone, she is using that someone's "life." Kimsooja transforms blankets, wrapping cloths and bottari, permeated with the colorful lives of anonymous people, into unique objects with diachronic aspects of time; follows the traces of our lives; feels the breath of the people; and sets out in search of the love of humanity. The transfer from "readymade" to "readyused" in her works is carried out through a certain "acetic practice," stitching blanket covers, wrapping bottari, meeting many people, and participating in their life journeys. This ascetic attitude and practice enable the artist to become an anonymous being, wrapping and unveiling other anonymous life, revealing and re-contextualizing the preexisting but invisible tracks of life. The colorful blanket-wrap becomes a frame of life embellished with all deeds of life; the flamboyant, multicolored bottari becomes a flexible vessel that embraces such anonymous life; and the needle-body, which connects all of this, becomes a gesture to visualize the anonymous subjects while extinguishing itself in the process. Moreover, the artist/subject, who has disappeared from the picture-plane, becomes the "third eye," beginning contemplation on fundamental life. The process of contextualizing the present through the times, lives and traces of objects once used by someone is always born with minimum intervention and minimum action in Kimsooja's work. Such aesthetics of the least in her work process is a kind of meditation, "making nothing and being nothing." Making nothing but revealing something more powerful, visualizing perpetuity through extinction, and saying the most with the least — this is Kimsooja's world of work.

[Notes]
[1] John Cage, cited from interview of Kimsooja by Nicolas Bourriaud in Cat. Kim Sooja: Condition of Humanity, 2003.
[2] Cited from interview of Kimsooja by Byoung-hak Yoo, Art in Culture, March 2010.
[3] Cited from interview of Kimsooja by Byoung-hak Yoo, Art in Culture, March 2010.
[4] Cited from interview of Kimsooja by Nicolas Bourriaud, in Cat. Kim Sooja: Condition of Humanity, 2003.
[5] Cited from interview of Kimsooja by Nicolas Bourriaud, in Cat. Kim Sooja: Condition of Humanity, 2003.

  • ─ Essay of the Catalogue, 'Earth, Water, Fire, Air' from the artist's solo show at the Fondation D'Enterprise Hermès. Seoul, Korea. 2010. p. 72

About nothingness: being nothing and making nothing

김성원

2010

"Whether we try to make it or not, the sound is heard" [1]

  • 자연의 4원소 '물, 불, 흙, 공기'와 그것의 유기적 결합을 근간으로 하는 김수자의 신작 <Earth-Water-Fire-Air, 2009>는 시각적으로만 보면 전형적인 화산지대의 자연풍경들로만 구성되었다. 이 풍경들은 작가의 의도 적 개입, 인위적 변형, 혹은 그 어떤 연출도 가하지 않은 '자연현상' 그 자체를 포착한 것이다. 작가는 관객을 그 자연 앞에 말없이 데려다 놓는다. 도쿄, 상하이, 뉴델리, 뉴욕, 멕시코 시티, 카이로, 런던, 라고스 <바늘여인, (1999-2001)>, 파탄, 하바나, 예루살렘, 사나, 리오 데 자 네이로, 자메나 <바늘여인>(2005) 등, 세계 곳곳의 수 많은 사람들 속으로 관객을 데려다 놓듯이 말이다. 단, 세계 구석 구석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을 목도하며 그곳으로 관객을 안내하던 작가의 뒷모습이 여기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 “<바늘여인>에서의 시점이 나 자신이 내 등을 바라보는 시점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의 나의 시점은 나와 관객의 몸 너머에 존재 하며, 단순한 풍경 이상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즉 '제 3의 눈'의 응시라고 할 수 있겠다." [2]
    작가의 뒷모습은 에서 '카메라의 눈'으로 대치되며, 작가의 시점은 카메라의 눈을 응시하는 '제 3의 눈'이 된다. 그리고 이 '카메라의 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보따리 작업에서 '보따리'가 인간의 보이지 않는 삶을 감싸고 펼치는 거대한 프레임 (보따리-프레임)으로 존재해 왔던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360도로 회전하는 그의 '카메라의 눈'(보따리-프레임)은 뉴욕과 멕시코 사막의 하늘, 땅, 천둥번개, 눈, 안개(<보따리, 2000-2001>)를 포착하는가 하면, 고정된 카메라의 눈은 이클립스 현상과 검푸른 바다 수면 에 반사되는 햇빛과 달빛을 응시하며<거울여인: 해와 달> (2008), 이제 에서 카나리 군도와 과테말라의 화산지대의 자연현상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뒷모습이 카메라의 위 치로 이동되고, 카메라의 눈이 '보따리-프레임'과 동일선상에서 작동하는 이 작업들은 그간 김수자의 모든 작업들을 개념적으로 횡단하며, 인간의 보이지 않는 삶과 자연에 숨겨진 무한한 에너지와 연관성을 찾아 나선다. 김수자는 이제 도처에 존재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이 '제 3의 눈' 으로 전환되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것의 근본적 성찰이라는 '대주제' 에 대한 직접적 언표 혹은 그 어떤 해석을 유보하고, 관객에게 이 자연의 웅변에 동참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의 '제 3의 눈'은 어떠한 세계로 관객을 초청하는가? 그것은 바로 자연의 원리, 물질의 근원, 인간과 삶의 본질, 그리고 그것의 상생의 세 계인 것이다. 자연의 4원소 '물, 불, 흙, 공기'는 서양철학의 뿌리를 이루 고 있기도 하지만,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를 근간으로 하는 동 양의 음행오행설 또는 만물생성의 다섯 가지 원소를 원칙으로 하는 불교철학의 근간이기도 하다. 동서양 사상의 핵심이 되는 이러한 원소들, 그것의 상호결합이 생산하는 에너지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회귀 적 순환구조를 사유하게 하고, 자연(물질)과 인간의 신비한 연관관계를 깨닫게 하며, 인간의 삶을 사유한다.

-“물은 불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땅이 불 과 물, 공기의 요소를 가지고 있듯이, 각 원소들은 서로 순환하고 연계되 는 관계다. 그것을 4가지 원소로 각기 보는 과정에서 각 원소들의 '홀로 설 수 없음, 기대어 있음'을 드러내 보고자 했다.” [3]
이러한 사유를 연장하며, 김수자는 에서, '자연현상 그 자체'를 통해 서 '물, 불, 흙, 공기'의 역동적 관계와 그것의 무한한 에너지를 가시화 하 고 있다. 스페인 카나리 군도의 란자로테 사화산과 과테말라 파카야 활화 산을 촬영한 7개의 풍경들은 각각의 독립된 제목을 갖고 있으며, 여기서 제 목과 각 이미지와의 관계는 두 가지 원소들의 순열조합체계를 기반으로 한 가지 원소 속에 감춰진 또 다른 원소를 암시하거나, 혹은 두 가지 원소들의 유기적 관계와 그 에너지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글이글 타고 있는 붉은 용암<Fuego de Tierra / Fire of Earth>, 그 용암을 내려다 보고 있 는 청아한 하늘<Aire de Agua / Air of Water>, 검푸른 바다 물결 <Tierra de Agua / Earth of Water>, 화산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속에서 출몰하는 무지개<Aire de Fuego/ Air of Fire>, 동일한 화산 지대를 낮, 저녁, 밤에 자동차를 타고 서서히 달리며 촬영한 세 개의 다른 풍경들<Fuego de Aire / Fire of Air>, <Fuego de Tierra / Fire of Earth>, <Agua de Tierra / Water of Earth>)... 하지만, 이 원소들의 조합은 동양과 서양의 그 어떤 특정 사상에 대한 직접적 참조를 허용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사상들의 설득력보다 자연, 그것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 그 원소들의 자유로운 결합과 교류를 통해서 인간의 근원과 존재방 식을 사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수자 작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무엇을 다루든 간에 -도시, 사람 들, 삶, 세계 그리고 자연-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유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태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작가/주 체가 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타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며, 작 가/주체가 보는 세계는 더 이상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향하고 있지 않다 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요소들의 복합적 집합체로서 이 세상의 '풍경'을 아우르는 '주체'는 그의 작업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들, 자연, 사람들, 그들의 삶에 주목하며, 그것을 향 해서 있는 이 '작가주체'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내면적 긴장과 갈등을 반 영하는 낭만주의적 주체도 아니고, 현세를 초월한 절대적 숭고를 추구하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영웅적 주체도 아니며, 감각적 경험과 시각을 연결하며 인지적 현상을 제안하는 현상학적 주체, 혹은 사회문화적 침적을 발굴하는 고고학적 주체도 아니다. 김수자의 작업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이러 한 '하나의 주체'를 모색하거나 반영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시공간 속의 다수 주체-관객의 공존과 그 익명의 주체들의 다각적 관점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관객이 <바늘여인>, <빨래하는 여인>의 '뒷모습'에 주목하 는 순간 관객은 '작가의 몸'을 입고, 바로 작가가 선 자리에서 작가가 바라 보는 세계 그 이상의 것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그 누군 가가 사용했던 이불보로 버려진 헌 옷들을 싸며, 그것을 싣고 이 세상 곳곳을 찾아 나서는 <보따리> 작업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김수자의 작업에서 관객은 더 이상 작가가 제시하는 하나의 관점을 수용 하는 수동적 주체가 아니다. 그의 작업에서 관객은 능동적 주체로서 작가가 안내하는 삶의 형태들 안에서 적극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은 더 많은, 또 다른 삶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한 긴 여정을 작가와 함께 떠 날 수 있으며, 이 세계의 다양한 현실, 서로 다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김수자의 작품들은 대부분 극도로 정적이고 절제되어 있으며 지나치리만치 단순한 구성을 갖고 있다. 그 어떤 내러티브도 없으며, 극적인 플롯도 존재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작품들은 놀라운 웅변력을 갖고 있다. 그 것은 바로 김수자 작업 속의 사물들(보따리, 바늘, 거울)의 웅변을 통해서 펼쳐지고 있다. 그의 사물들은 마치 고대 수사학자들의 의인법prosopopoeia을 연상시키는 설득력으로 관객을 서서히 압도하고 있다. 이 '의인법'은 단순히 사물의 의인화된 이마주리에 멈추지 않고, 의인화된 사물들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하며, 사물들에게 말을 하게 한다는 보기 드문 수사학 가운 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사물들을 통해서 신의 지혜를 말하게 함으로서 인간 의자만 혹은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었던 이 의인법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에서 출발하고, 인간과 삶을 이해하고 보듬으려는 김수자 작업의 사물들 의 체험을 통해서 그 효력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어머니와 함께 이불보를 꿰매던 어린 시절, 바늘 끝이 천을 꿰뚫는 순간, 작가는 자신 의 몸을 관통하는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느꼈고, 각기 다른 천 조각들을 하나 씩 연결하면서 탄생한 하나의 거대한 이불보에서 삶의 애잔한 냄새를 맡았다.

  • "바늘은 미디엄, 신비, 자웅동체, 추상, 바로미터, 샤만이다. 그리고 나의 몸도 그러한 것이다" [4] 라는 작가의 선언과 함께, 이 '바늘-몸'의 세계 를 향한 조용한 웅변이 시작된다. 바늘이 된 작가의 몸은 바느질을 한 땀 한 땀 뜨듯 세계 곳곳, 각기 다른 문화, 다양한 삶, 인간의 사랑, 연민, 번뇌, 외로움 등을 연결하며, 형형색색의 '삶의 보따리'를 탄생시킨다. 각양각색 의 인종, 문화, 그리고 그것의 '다름'의 흔적들은 이 보따리에 새겨지고, 또 다른 시공간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다.
    바늘은 시공간의 '축'이 되고, 그 축은 또 다른 다수의 주체와 타자의 '연결' 을 허용하며, 관객과의 동시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보따리 에 담긴 인간사의 희로애락과 함께(보따리 트럭 시리즈), 세상의 모든 인류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바늘'(<바늘여인>, <빨래하는 여인> 시리즈)은 나와 타자, 집단과 개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사유를 가능 하게 하는 '거울'(<거울여인> 시리즈)과 조우하며, 관객을 이 사물들의 행 보에 다시 한 번 자연스럽게 동참시킨다. 크리스탈 팔라스 바닥 전체에 깔린 거울은 '펼쳐진 바늘'이 되어 거울의 허상과 실상의 바느질을 시도하며 <호흡: 거울여인>(2006), 같은 해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공연된 <호흡: 보이지 않는 바늘/보이지 않는 거울>(2006)은 원색 모노크롬 프로젝션과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녹음한 사운드 작업과 함께 관객을 삶과 죽음 의 명상으로 초청하며 몸/바늘/거울의 완전한 비물질화를 통해 물질과 정신 의 합체를 지향한다. 그리고 이클립스eclipse 현상을 포착한 해와 달, 검푸른 바다 수면에 반사되는 햇빛과 달빛의 자연현상을 담은 <거울여인: 해와 달>(2008)을 통해서 마침내 작가는 인간과 우주의 호흡과 합일을 시도하며, 만 물의 근원, 자연의 원리에 대한 질문을 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에 대한 보다 풍요로운 질문들이 바로 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몸은 '바늘'을 통해서 이 세상의 삶들을 관통하고, 또 '거울'이 되어 인간의 내면과 외면, 존재와 비존재의 양면성을 연결하며, 그 바늘과 거울은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물질과 비물질의 세계를 넘나든다. 그리고 이 바늘과 거울의 행보는 인간, 자연, 우주로 확장되며, 만물의 근원과 본질의 세계로 그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관객들은 '바늘'과 '보따리'를 통해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작가의 몸과 함께 김수자의 작업세계에 동참해 왔다. 그의 퍼포먼 스와 오브제들에서 포스트 모던적 유목주의 혹은 글로벌 컬처를 읽는 사람 들도 있고,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한국적 오브제들과 색깔, 동양문화에 대 한 참조들을 민족적 정체성, 페미니즘 등과 연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동, 다문화주의, 다름을 지향하는 오늘날, 각각의 문화적 코드와 참조들은 소 속 집단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각기 다름의 자율성을 보존하려는 시 도들, 또 그것의 평이한 공존만을 지향하는 것이 오늘날 예술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면, 역설적으로 이러한 정체성들은 민속적 혹은 이국적 요소들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작가들은 그들 고유의 문화에 대한 참조들과 지역적 코드들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김수자의 작업세계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수자 작업에서 이러 한 요소들이 지역을 넘어서 전지구적 차원에서 그 의미를 구축하며, 순회할 수 있는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그의 작업은 각기 다른 문화적 종자들의 다수성 사이에서 모종의 협력을 시도하며, 또 그것의 특이성들간의 지속적 번안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전반에서 감지 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 미학과 '레디유즈드' 개념은 한국적 오브제들, 지역 적 문화, 그리고 동양 사상을 서구 미술사와 연결시키고, 새로운 번안을 거치며, 인류의 삶을 순회할 수 있는 특이적이고 독창적인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 김수자의 보따리, 이불보, 바느질 등은 한국전통, 동양사상과 서구 미술사적 코드를 가로지는 하나의 모델을 탄생시켰다. 김수자의 모든 사물들은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이다. 물론 '레디메이드 개념은 오늘날 더 이상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슈는 아니다. 핵심은 김수자가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을 취한 것에 있다기 보다는, 그 레디메이드 개념을 어떻게 확장하고 전환시켰는가에 있다.

"나의 작업은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 선재성(先在性)은 특히 서양의 관점에서는 일상 속에 감춰져 있다. 미술사는 이러한 선재성을 말하지 않고, 오브제의 선재성을 개념화하지 않는다. 이것은 누군가가 이것을 그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하며, 재현/ 퍼포먼스의 프레임 안에서 보여주었을 때 비로서 개념화되는 것이다. 미술 사에서 오브제의 고유한 컨텍스트를 창조한다는 것, 이것이 나의 작업이다. 나의 작업은 그 이전의 삶이 없는 새로운 오브제를 만드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5]
보따리, 이불보, 혹은 다른 사물들에 대한 그의 관심 은 이미 만들어진 것(행위/결과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사용 되어져 왔는가(시간/경험)에 있는 것이다. 즉, 작가가 누군가가 입었던 헌 옷가지나 덮고 살았던 이불보를 사용했을 때, 작가는 그 물건을 사용한 사람의 '삶'을 사용하는 것이다. 김수자는 익명의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이 배어 있는 이불보, 보자기, 보따리를 통시적 시간성을 가진 특이적 오브제로 전 환시키며, 우리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보고, 사람의 숨결을 느끼며, 인간애를 찾아 나선다. 그의 작업에서 '레디메이드readymade'에서 '레디유즈드readyused, 로의 이행은 이불보를 꿰매고, 보따리를 싸며,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들의 삶의 여정에 동참하는 '수행성'을 통해서 전개된다. 그의 이러한 수행적 태도는 작가 스스로 익명 가운데 하나가 되어 또 다른 익명의 삶을 감싸고 펼치며, 이미 존재하는preexisting 하지만 보이지 않는 삶의 궤적을 드러내 며 재맥락화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이불보는 인생만사가 새겨지는 삶의 프레임이 되고, 형형색색의 보따리는 이러한 익명의 삶을 포용하는 유연한 그릇이 되며, 이러한 모든 것을 연결하는 바늘-몸은 자신을 소멸시키며 익명의 주체들을 가시화하는 제스처가 된다. 그리고 화면에서 사라진 작가/주체는 '제 3의 눈'이 되어 보다 근원적인 삶에 대한 사유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 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사용되었던 오브제들의 보이지 않는 시간들, 삶, 그 리고 그 흔적을 통해서 현재를 맥락화하는 과정은 김수자의 작업에서 언제나 최소한의 개입과 최소한의 행위로 탄생된다. 그의 작업의 최소한의 미학은 '아무 것도 만들지 않으며, 그 무언가도 되려고 하지 않는' 일종의 참선 과정과도 같다. 만들지 않으면서 만든 것보다 더 강렬한 것을 드러내는 것, 소멸을 통해서 영속성을 가시화하는 것, 최소한 것으로 최대한의 것을 말하는 것, 이것이 바로 김수자의 작업세계인 것이다.

[각주]

  1. John Cage, 김수자/니콜라 부리요 인터뷰에서 인용. in Cat. Kim Sooja: Condition of Humanity, 2003.
  2. 김수자/류병학 인터뷰에서 인용, in Art in Culture, 2010 3월호.
  3. 김수자/류병학 인터뷰에서 인용, in Art in Culture, 2010 3월호.
  4. 김수자/ 니콜라 부리요 인터뷰에서 인용, in Cat. , 2003.
  5. 김수자/ 니콜라 부리요 인터뷰에서 인용, in Cat. , 2003.

─ Essay of the Catalogue, '지·수·화·풍' from the artist's solo show at the Fondation D'Enterprise Hermès. Seoul, Korea. 2010. pp. 3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