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
Kimsooja │ Cloth and Life
1994
김수자 │ 천과 삶
Kimsooja
1994
We are wrapped in cotton cloth at birth, we wear it until we die, and we are again
wrapped in it for burial. Especially in Korea, we use cloth as a symbolic material on
important occasions such as coming of age ceremonies, weddings, funerals, and rites for ancestors. Therefore, cloth is thought to be more than a material, being identified
with the body -- that is, as a container for the spirit.
When a person dies, his family burns the clothes and sheets he used. This may have
the symbolic meaning of sending his body and spirit to the sky, the world of the
unknown. When I look back over my more than twenty years of handling bedcovers, I
feel that I have always been performing, guided by the piles of cloth I have lived among.
What in the world have I stitched and patched.
What have I tied up in bundles.
When will the journey of my needle end, my silkworm unwrap its flesh.
Will it in the end slough off its skin.
Will the bundles with no destination find their way to go
─ Artist’s Note from Gallery Seomi Solo Show ‘Sewing into Walking’, Seoul, Korea, 1994
김수자
1994
인간이 태어나 최초로 접하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태아를 감싸는 무명일 것이다. 우리는 이 천이라는 부드러운 물질을 죽는 순간 까지 두르고 살아가며, 마지막 시신까지도 천으로 감싸져 땅에 묻히는 진통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삶의 중요한 대목들, 이를 관·혼·상·제에 있어 그 예식의 상징적인 매개물이 바로 천 임을 목격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때로 천이라는 오브제는 물질을 넘어 살을 맞대고 함께 호흡하던 신체와 동일시 되며 또 그 신체의 영혼까지도 묻어있는듯 여겨지기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입던 옷가지와 덮던 이불 등을 태우는 행위가 바로 그의 몸과 혼을 하늘, 즉 저승으로 보낸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십여년간 천을 만져 오면서 나는 작업을 한다기 보다 한 조각의 천이 이끄는대로 혼자만의 퍼포먼스를 하며 헌옷더미에 묻혀 살아온 느낌이다.
과연 무엇을 꿰매어 왔던가.
또한 무엇을 그리도 칭칭 동여매고, 보따리 보따리 싸매어 왔던가.
언제쯤 바느질 뜸을 따라 걸어가는 이 길이 끝날 것인가.
나의 누에는 제 실을 다 풀어 허물을 벗을 것인가.
그리고 갈 곳없는 보따리들은 제갈길을 찾을 것인가.
1994년 11월 김수자
─ Artist’s Note from Gallery Seomi Solo Show ‘Sewing into Walking’, Seoul, Korea, 1994